임영웅 에스콰이어 커버 화보, 작가 이하여백
![]() |
| 임영웅, 물고기뮤직 |
임영웅 에스콰이어 9월호 커버, 사진 위에 얹힌 한 겹
임영웅이 에스콰이어 9월호 커버의 주인공으로 나섰습니다.
이번 커버 화보는 잘 나온 사진 한 장을 크게 보여 주는 방식과는 조금 다릅니다.
임영웅의 얼굴 위로 문장이 흐르고, 손글씨와 이미지가 사진 위에 겹쳐지면서 또 하나의 장면이 만들어졌습니다.
사진 위에 한 겹이 더 얹히면서 보는 화보인 동시에 읽는 화보가 된 셈입니다.
처음에는 임영웅의 표정에 눈이 머물고, 그다음에는 그 위에 놓인 글씨와 선을 따라가게 됩니다.
그래서 한 장을 오래 들여다보게 되고, 넘겼다가도 다시 앞장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그 장면에는 자신만의 시선을 더한 작가 이하여백이 있었습니다.
그림과 디자인, 사진과 텍스트의 경계를 자유롭게 오가는 사람이고, 이번 작업에서는 임영웅의 사진 위에 새로운 서사를 얹었습니다.
![]() |
| 임영웅, 물고기뮤직 |
이하여백이라는 이름에 담긴 두 가지 뜻
이하여백이라는 이름부터 사연이 있습니다.
회사를 다니던 시절, 공문서 아래에서 우연히 마주친 문구였다고 합니다.
더 붙일 부가 설명이 필요 없다는 뜻이었습니다.
그러면서도 그 여백은 무엇으로든 채워 넣을 수 있는 자리이기도 했습니다.
여기서 끝났다는 신호와, 이제 무엇이든 시작할 수 있다는 여지가 한 문구 안에 함께 들어 있었던 것입니다.
그 이중의 의미가 마음에 들어 그대로 이름으로 삼았다고 합니다.
이번 임영웅 화보를 보고 나면 그 이름이 왜 잘 어울리는지 짐작이 되실 듯합니다.
이미 완성된 한 장의 사진을 앞에 두고, 그 위를 다시 채워 넣은 작업이기 때문입니다.
![]() |
| 임영웅, 물고기뮤직 |
걸어 다니며 모으는 장면, 대만 가오슝의 골목
영감은 대체로 우연히 찾아온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주로 걸어 다니며 일상과 여행에서 장면을 모읍니다.
책상 앞에서 짜내는 것이 아니라, 발로 걸으며 눈에 걸리는 것을 하나씩 주워 담는 방식입니다.
최근에는 오래된 시간이 묻어나는 대만 가오슝을 다녀왔다고 합니다.
그곳 골목에서 수집한 것들을 모아 실험적인 진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그냥 스쳐 지나갈 법한 골목의 조각들이 한 권의 작업으로 남은 것입니다.
건축을 전공한 영향으로 공간과 구조를 관찰하며 걷는다고도 했습니다.
무엇이 어디에 놓이고 어떻게 이어지는지를 살피는 눈이 걸음마다 따라다니는 셈입니다.
그렇게 쌓인 시선이 이번에는 임영웅의 사진 위에 놓였습니다.
![]() |
| 임영웅, 물고기뮤직 |
색과 구도와 강약, 작업의 세 가지 중심
작업할 때 늘 중점에 두는 것은 세 가지라고 합니다.
첫째는 색의 조합과 배색입니다.
둘째는 페이지 안에서의 배치와 구도입니다.
나머지 하나는 그림과 디자인 사이의 강약 조절입니다.
어느 하나가 앞으로 나서면 다른 하나가 묻히기 마련이라, 그 사이를 계속 저울질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세 가지를 붙들고 공을 들이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오래 보아도 질리지 않게, 다시 펼쳐 보이게 만드는 것입니다.
한 번 보고 덮는 화보가 아니라, 시간이 지난 뒤에도 다시 꺼내 보게 되는 화보를 만드는 기준인 셈입니다.
좋은 사진 위에 손을 얹는 일은 부담이 큰 자리인데, 이번에는 그 부담을 안고 임영웅의 얼굴 위에 또 하나의 이야기를 얹었습니다.
임영웅 화보를 두 번 보게 되는 이유
임영웅의 사진은 그 자체로도 충분히 좋습니다.
그런데도 한 번 더 펼치게 되는 이유가 이번 커버에는 하나 더 있습니다.
사진 위에 얹힌 문장과 손글씨, 그 배치와 강약이 눈을 붙잡기 때문입니다.
사진을 한 번 보고, 그 위에 얹힌 문장을 한 번 더 보고, 그러다 다시 표정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임영웅 화보를 보는 또 다른 재미가 바로 그 여백 위에 있습니다.
두 번 세 번 보게 만드는 화보라면 오래 간직할 만한 한 권이라고 해도 좋겠습니다.
에스콰이어 9월호를 손에 쥐셨다면, 커버를 한 번 더 천천히 들여다보시길 권해 드립니다.



